기쁨 늘리고
칠곡이야기
칠곡군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생명사랑 교량지킴이’
최근 정부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쳐내고자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신건강 정책혁신위원회’를 설립한 가운데, 소중한 생명을 지키며 안전한 마을을 만들어 가는 칠곡군의 ‘생명사랑 교량지킴이’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아름다운 활동을 소개한다.
올해로 2년째, 전국 최초 교량지킴이
생명사랑 교량지킴이는 지난해 5월 생명사랑 교량방범대란 이름으로 처음 출발했다. 다리 위 투신을 자살수단으로 삼으려는 자살 고위험군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생명사랑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이들은 왜관교, 칠곡보 공도교, 남구미대교를 24시간 교대로 순찰하며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해 주는 임무를 담당했다.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며 적극적으로 봉사에 임한 이들의 활약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고, 현재는 지난 3월 발대식을 치른 생명사랑 교량지킴이 2기 40명이 활발히 자원봉사 중이다.
올해 생명사랑 교량지킴이 봉사자들은 칠곡군에서 투신 빈도가 높은 교량(호국의 다리와 왜관교, 제2왜관교, 칠곡보 공도교, 남구미대교)을 모니터링하는 일 외에도 자살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 활동도 추가적으로 하고 있다. 1기에 이어 2기도 자발적으로 연속 활동하는 봉사자가 대다수인데, 1기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생명사랑, 이웃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다
2기로 새롭게 합류한 30대 딸과 활동 중인 봉사자 김석란 씨도 지난해부터 생명사랑 교량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더 커졌다고 말한다.
“교량을 서성이는 어르신들이나 학생들의 표정을 찬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가벼운 화제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 어느새 고민을 말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외로움, 공허함, 쓸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작은 관심이 자살 예방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밤 10시부터, 올해는 저녁 8시부터 한 시간씩 왜관교 쪽을 살피고 있습니다. 홀로 다니는 주민분들은 덕분에 밤길이 안전해진 것 같다며 칭찬을 해주세요. 순찰이라는 작은 일이지만 책임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낍니다. 봉사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애정을 알게 돼 참 좋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모범운전자연합회, 대한적십자회 등을 통해 1,000여 시간이 넘는 봉사를 했다는 택시기사 김해종 씨도 이제는 항상 교량을 살펴보게 됐다고 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든 교량을 순찰하는 편입니다. 한번은 남구미대교 위에 놓여진 철제 의자를 발견하고선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그것을 치우기도 했지요. 예전 같으면 지나쳤겠지만 투신의 수단으로 쓰일까 봐 불편했거든요.”
소중한 생명이 자신의 순찰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외면할 수 없는 책임감이 든다고도 했다. “지난해 1기 활동이 끝나고 2기가 시작되기 전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순찰을 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자책감이 들었어요. 이제 그 교량을 지날 때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책임감도 솟아납니다. 올해는 쉼 없이 연결해 열심히 활동해 보려 합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이들의 진심어린 노력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펴져 우리나라의 불명예가 말끔히 씻겨지길 바랄 뿐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힘들 땐 손을 내밀어 보세요.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054-97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