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우고
칠곡투어
축! 대경선 개통
도보로 하는 칠곡 투어 어때요?
오랜 기다림 끝, 마침내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로 구미~대구~경산을 잇는 대경선 덕분에 대구를 포함한 칠곡, 구미, 경산은 이제 하나의 생활권이 됐다. 대경선 개통을 맞아 도보로 가능한 칠곡 투어를 소개한다.
“이번역은 왜관, 왜관역입니다.”
하루 편도 61회 운행(평소 20분, 출퇴근 시간 15분 배차)되는 푸른 외관의 2량짜리 열차가 역사로 들어온다. 대경선 개통으로 경산에서 출발해 동대구, 대구, 서대구를 거쳐 왜관역에 도착한 열차다.
군민은 물론 인근 지역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왜관역은 굴곡 많은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왜관읍에 위치해 있다. 경부선의 중간역으로서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처음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한 왜관역은 119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지역민의 발을 자처하고 있다. 또 1962년 주한미군기지창 전용선이 생긴 이래 관련 군수물자 수송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이다.
칠곡의 명소 상당수가 왜관역 인근에 접해 있어 대중교통과 도보만을 통해 칠곡을 여행하고자 한다면 왜관역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는 출발지이다.
• 왜관읍 중앙로8길 10
칠곡의 중심 전통시장, 왜관시장
왜관역에서 큰 도로를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바로 왜관시장이다. 왜관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있었던 매원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이 때문에 1976년부터 상설시장으로 변모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원장의 장날이었던 1, 6일이 되면 평소보다 더 북적댄다.
2000년대 전통시장의 현대화 흐름에 발맞춰 아케이드와 야간 조명이 설치되면서 현재와 같은 단정하고 말끔한 왜관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왜관시장에 가면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수산물, 잡화, 반찬, 떡 등은 물론 칠곡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이국적인 동남아 식당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또 과거 인근에 있었던 우시장 때문에 쇠고기도 유명한데, 전통시장마다 강세를 보이는 순대국밥과 함께 왜관시장의 대표 먹거리가 쇠고기구이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인근에 즐비해져 버린 마트와 편의점에 밀려 그 위세가 비록 예전만 못할지라도 여전히 칠곡군의 중심상권인 왜관시장이다.
• 왜관읍 시장1길 7
걸어서 만나는 문화유산, 구(舊) 왜관터널
걸어서 만나는 문화유산,
구(舊) 왜관터널
왜관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구 왜관터널은 일제강점기였던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생긴 터널이다. 1941년 경부선 복선화 사업에 따른 철로 폐선 전까지 사용됐던 이 터널은 근대 철도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폭 4.84m, 높이 3.15m, 길이 약 80m 구간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구 왜관터널은 석조와 붉은 벽돌로 된 말굽형 터널이다. 내부 하단은 시각적 안정감을 위해 화강석 견치석 쌓기를, 상부는 붉은 벽돌로 정교하게 쌓았으며, 입구 아치는 화강석으로 마감돼 당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도로 개설 때문에 터널 끝부분을 메워 통로 기능을 못할 때가 잠시 있었으나 터널 주변 정비사업을 통해 2016년 왜관소공원으로 이어진 새 출입구를 가지면서 총 길이 108m인 현재 터널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왜관읍 석전리 882-61
새롭게 단장한 애국동산
왜관소공원쪽 출입구를 통해 왜관터널을 빠져나와 회전교차로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내 애국동산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이뤄진 인근 도로 정비와 경관 개선으로 애국동산을 오르는 입구가 한층 더 깔끔하고 안전해졌다.
애국동산에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 장진홍, 애국지사 강원형 등 독립유공자 19인의 비와 6·25전쟁 당시 국군과 UN연합군의 공을 기념하기 위한 왜관지구전승비 등 4기의 비, 현충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일몰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낙동강으로 떨어지는 해의 빛에 반사된 기념 및 추모비가 더 경건하게 보인다. 애국동산에 세워진 비를 자세히 살피며 걷다 보면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절로 느껴진다. 정상에서 뒤돌아서면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을 만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근대사의 굴곡진 현장인 낙동강과 호국의 다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대경선 개통이 일으킨 변화
총 연장 61.85㎞의 대경선 개통은 구미, 사곡, 북삼, 왜관, 서대구, 대구, 동대구, 경산 등 대구·경북 8개 역을 40분 만에 주파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기존 무궁화호보다 10분가량 빠른 것이다. 올해 초 공사를 시작한 북삼역은 2025년 말 완공 예정이다.
이에 맞춰 대구·경북 8개 시·군을 연계한 대중교통 광역환승제도 곧 확대될 방침이다. 시행되면 칠곡군을 포함해 대구와 경산, 구미, 김천, 영천, 청도, 고령, 성주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대구권 광역철도를 최대 2번까지 무료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대구·경북이 수도권처럼 1시간 안팎 생활권으로 묶일 날도 머지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