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늘리고

칠곡이야기

장난감 기부로 동남아에 전한 희망

칠곡군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

칠곡이야기

나에겐 쓰임을 다한 물건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물건이 될 수 있다. 장난감이 특히 그렇다. 성별과 연령에 맞춰 구매했더라도 자녀의 성장과 흥미도에 따라 금세 그 쓰임을 다하고 만다. 그렇기에, 장난감 기부는 수여자와 기부자 모두에게 참 의미 있는 일이다.

멀쩡한 장난감, 그 쓰임을 고민하다

칠곡군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이하 아이누리 도서관, 관장 김명신)이 앞장서 진행한 장난감 기부가 군민들 사이에서 화제다. 각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십시일반 모아 전달해 준 장난감들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라오스, 베트남 등 필요한 곳에 기부됐다.
김명신 관장은 “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하며 조금 파손됐거나 소리가 안난다는 이유만으로 교체되는 장난감들이 좋게 쓰여질 곳이 없을까 고민한던 찰나, 새마을세계화재단 측을 통해 극빈국 아이들의 생활상을 전해들었다”며 처음 장난감 기부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기부가 결정되자 나머지 일은 일사천리였다. 김 관장은 “재단과 협약을 맺고 칠곡군에서 후원하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특별시 빡음구 농사이 마을과 재단이 추천해 준 팍쿠앙 마을 두 곳에 장난감을 전달하게 됐다”고 했다.

모두의 관심이 더해지다

처음에는 아이누리 도서관에서 폐기 예정이었던 장난감 중 상태가 좋은 것들을 골라 라오스로 보냈다. 장난감을 받은 라오스의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사진과 영상을 받아본 김 관장은 아이누리 도서관 회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나갔다. 청소년과 젊은 부부 등 군민들은 추억이 깃든 ‘뽀로로’와 ‘타요’, 최근 인기몰이 중인 ‘티니핑’ 등 아동 프로그램 관련 장난감을 주저 없이 기부했다. 고교 교사와 학생들도 장난감 기부 및 세척에 힘을 보탰다. 지난 9월에는 북삼고등학교 이세진 교사와 6명의 학생들이 아이누리 도서관을 직접 찾아와 모은 장난감을 전달하고 세척에 동참했다.
“장난감과 인형, 아동 의류를 기부받았는데,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칠곡군을 넘어 경북도 내, 심지어 대구, 부산, 서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와 기부를 부탁하셨습니다.”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 덕분에 아이누리 도서관은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라오스 농사이 마을과 팍쿠앙 마을, 베트남 다낭시 한 고아원에 1,000여 점의 장난감과 인형, 아동의류 등을 기부할 수 있었다.

칠곡군에서 시작된 선한 영향력

김 관장은 “나이지리아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며 “물품 배송 시 세금 등의 문제로 비용 절감을 고민하다 보니 준비 기간이 길어질 때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기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부를 위해 직접 라오스에 다녀와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더 느껴집니다. 요즘은 한두 명 외에 자녀를 낳지 않으니 필요 없어진 물건에 대한 또 다른 쓰임을 다들 고민하셨을 겁니다. 이번 기부는 이런 마음을 모아 저희가 전달할 곳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가 시작되면서 아이누리 도서관의 할 일은 전보다 더 많아졌다. 몸은 고되지만 쏟아지는 기부 물품에 행복한 비명을 내지를 정도다. 북삼고등학교, 칠곡군자원봉사센터 등 봉사자들의 도움도 감사하다. 장난감 기부는 이처럼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기에 진행될 수 있었던 일이다.
“장난감을 받고 좋아하던 라오스 어린이들이 떠오릅니다. 저만 기부의 기쁨을 직접 누린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전해주신 기부품 모두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여졌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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