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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투어

등산 좋아하시죠?
그렇다면 당신은 효자봉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등산 좋아하시죠? 그렇다면 당신은 효자봉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훌쩍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무작정 오르다 보면 머리를 어지럽히던 복잡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곳, 효자봉이 그렇다.

Hyojabong
Hyojabong
효자가 지극정성 오르던 산봉우리

효자봉은 칠곡군, 구미시, 김천시에 걸쳐 있는 금오산에서 남동 방향으로 뻗어 내린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봉우리다. 산맥은 효자봉에 이르러 또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칠곡군 북삼읍 인평리 방향으로 이어져 내린다. 이것이 바로 인평초등학교 인근에서 시작되는 효자봉 등산로의 출발점이다.
효자봉이라는 지명 유래는 이름에서 짐작한 대로다. 옛날 이 인근 마을에 한 젊은이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예기치 못한 병이 들어섰다. 이유 없이 앉은뱅이병을 앓게 된 것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쓸쓸히 방안에 누워만 있는 어머니를 보던 젊은이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매일매일 해뜨기 전 한 산봉우리에 올랐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 어머니의 병이 완쾌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극한 정성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어머니의 병은 결국 완치됐다. 그 후 젊은이가 오르던 산봉우리를 효자봉(孝子峰)이라 부르게 된 것이 지금의 효자봉이 됐다.

Re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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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칠곡군에서 효자봉을 오르는 등산로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북삼읍 북삼고등학교와 인평초등학교 사이로, 모두 한 곳이다. 입구에 설치돼 있는 흙먼지털이기와 나무계단 덕분에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자주 산을 오르는 ‘등산 매니아’라면 별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등산 초심자’에겐 초입부터 가파르게 이어진 나무계단이 조금은 버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6㎞에 이르는 효자봉 오르막 전 구간 중 이곳이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가파른 계단에 금세 호흡이 턱밑까지 차올라 ‘헥헥’거리기 시작하면 ‘살 만한’ 구간이 이내 펼쳐진다. 다행이란 생각뿐이다. 아름드리 나무가 만들어낸 시원한 그늘과 이곳의 터줏대감이 분명할 각종 새들의 지저귐이 우리를 반긴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야, 쉬엄쉬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적당한 경사의 오르막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한 번 주문처럼 되뇌인다. “시작이 반이다, 난 벌써 반을 오른 셈이야!” 이렇게.

여름에도 시원하게 누구든지 안전하게

찌는 듯한 더위와 숨이 막힐 듯한 습함 때문에 여름 산행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도 효자봉은 딱이다. 수령이 제법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효자봉까지 오르는 등산로 대부분은 서늘한 그늘 길이다. 시원한 물과 약간의 간식, 그리고 흐르는 땀을 닦을 수건만 준비한다면 여름에도 누구든 도전해 봄직한 산이 효자봉이다.
많은 군민이 찾는 산인 만큼 등산로 곳곳에는 칠곡군에서 마련한 세심한 배려도 찾아볼 수 있다. 흙길 위에는 등산객들의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경사지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어 스틱 같은 등산 전문장비 없이도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등산로 초입의 목재데크 계단과 흙먼지털이기도 지난해 정비사업 때 마련된 것이다. 오르다 휴식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 때쯤이면 어김없이 정자 쉼터와 벤치, 운동기구들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삼삼오오 무리지어 준비한 간식과 음료를 나눠 먹고 운동기구를 이용해 뭉친 근육을 풀며 스트레칭하다 보면 어느새 산행의 다음 걸음을 위한 재충전이 완료된다.

땀의 결실, 꿀맛 전경

도심과 다른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오르다 보면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고비인 목재데크 계단과 마주하게 된다. 등산객들 말에 의하면 정상까지 총 102개의 계단(필자는 세면서 오르다 중간에 잊어버렸다)이라고 하는데 쉬엄쉬엄 가다보면 걸음수로 108번 정도 된다 하여 우스갯소리로 ‘백팔번뇌를 잊는 구간’이라고 할 정도다. 그리고 이 계단의 끝에 효자봉 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정상은 여름에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상쾌하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저 멀리 금오산 꼭대기와 약사암이 보인다. 효자봉 경계에 자리한 구미시 일대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비 오듯 흘리는 땀을 닦으며 바라보는 산 아래 전경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함께 가꿔나가는 깨끗한 산

효자봉 산행을 했던 이날은 북삼농협산악회 회원들이 환경정화활동을 했던 날이기도 했다. 지난 5월 18일 90여 명의 북삼농협산악회원들은 효자봉을 등산하며 주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줍깅’을 실천했다. 칠곡군에서 마을별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 ‘3go!(먼저 쓸go, 먼저 줍go, 먼저 치우go)
우리 마을 가꾸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산악회원들은 잘 정비된 효자봉 등산로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춘복 산악회원은 “정비가 참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며 “타 지역으로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가곤 하는데, 그럴 여유가 시간적으로 없을 땐 이곳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효자봉 등산로 정비 전에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는 김정화 산악회원은 “등산로 초입로가 예전에는 나무로 된 임시 계단 같은 것만 있었는데, 목재데크 계단이 생겨서 오르기 편해졌다” 며 “정상 오르는 길도 그렇고 정비를 한 덕분에 산행이 더 즐거워졌다”고 호응을 표했다.
집게와 마대자루를 들고 조를 나눠 산을 한참 올라도 쓰레기는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등산로에서 만나 한 등산객은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집으로 다시 가지고 가는 게 등산객들 간 암묵적 에티켓이다”며 “효자봉을 이용하는 분들이 워낙 이를 잘 지켜 등산로가 깨끗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박호봉 북삼농협산악회장은 “산행을 하면서 우리 지역 봉사 활동도 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정비가 완료된 만큼 효자봉 등산로를 더 많은 군민들이 앞으로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을 통해 더 안전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군민 품에 안긴 효자봉! 땀 흘린 자만이 맛볼 수 있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효자봉으로 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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