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우고

인문을 7해

왜관 그 위의 길, 멋, 맛!

왜관 그 위의 길, 멋, 맛!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코끝 찡했던 찬 바람이 따스하게 바뀐 탓도 있겠고, 삭막했던 풍경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로 다채로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멀리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곳으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어떨까. 이왕이면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곳으로, 왜관으로 말이다.

왜관

오랜 역사 품은 곳, ‘왜관’

‘왜관(倭館)’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왜구(倭寇)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회유책으로 포구를 열어, 일본인이 왕래하며 무역하는 것을 허가하게 한 일종의 공관이었다. 왜관이 설치됐던 곳은 부산 부근 및 서울, 약목의 관호동과 왜관면 금산2리(倭館面 錦山二里) 등 소왜관(小倭館)을 포함해 총 10개소였는데 그 지명이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는 곳은 오로지 칠곡의 왜관뿐이다.
현 왜관의 중심지인 낙동강변은 당시에는 모래밭으로 인가가 없었으며 석전리 일대에만 사람이 살고 있어 오히려 석전이라고 불렸다. 지금의 왜관읍은 경부선 부설시 일본인들이 역 간판을 왜관으로 달게 되면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괜찮아 거리’에서 느끼는 위로

‘괜찮아 거리’는 왜관역 맞은편 옛 왜관장터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2년 왜관4리 골목에 그려진 벽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게 만들었듯이, 왜관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진행됐던 벽화 조성 사업이다.
왜관4리의 벽화가 골목길의 역사를 테마로 70년대 주민들과 낙동강의 모습, 북적이던 구장터 시절과 골목의 모습을 재현했다면 ‘괜찮아 거리’는 산책을 하며 위로를 얻고 일상을 살아갈 활력을 되찾을 힘을 전해주고자 만들어진 거리다. 20분이면 기차나 차로 왜관에 도착하고 5분 걸으면 힐링할 수 있다는 일명 ‘205힐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는데, 아름다운 색채와 표현력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10대 천재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의 작품 20점과 칠곡할매글꼴의 콜라보로 이뤄졌다. 현재 제주에 거주하며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2008년생 전이수 군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난 그림으로 마을에 새로운 활기와 온기를 불어넣었다. 기성 동화 작가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순수한 감수성이 한 스푼 가미돼 벽화를 더 정감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돼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칠곡 할머니들의 글씨체가 더해졌으니,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벽화임에 틀림없다.
‘괜찮아 거리’가 지난해 11월 완성된 만큼 아직 많은 홍보가 이뤄지기 전인데도 천재 작가의 그림과 할머니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성 덕분인지 입소문을 타고 벽화를 보고자 왜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메마르고 지친 가슴에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다면 ‘괜찮아 거리’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 왜관읍 왜관리 258-90번지 일대

재부흥 시동 거는 미군 부대 후문 일대

왜관읍 석전리 미군 캠프캐롤부대 후문 일대. 한때는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거리 일대가 부흥했던 시기가 있었다. 미군들이 넘쳐나고 밤이 되면 영문으로 된 네온사인이 화려함을 뽐내던 곳이었다.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은 탓에 미국 화폐인 달러를 쉽게 구경할 수 있었고, 이를 우리나라 돈으로 바꾸기 위한 환전소도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도 식사시간이 되면 군복을 입은 미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외국인 셰프의 이색 식당도 있고, 체격이 남다른 미군들을 위한 빅사이즈 옷 전문 판매 매장도 발견할 수 있다. 600m 남짓한 구간이지만 이곳만은 마치 별세계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이색적인 풍경도 세월의 흐름에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걸까. 촬영을 위해 찾아간 후문 일대는 과거의 시끌벅적함보다는 고즈넉한 여유로움이 더 가득했다. 예전만 못한 분위기에 울상을 짓는 상인들의 하소연도 간혹 들려온다.
이처럼 과거 시끌벅적하던 모습이 그리운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2023 지역특성 살리기 공모사업’ 로컬디자인 분야에 칠곡군이 선정돼 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문 일대만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특화된 디자인을 반영한 경관 개선과 보행로 정비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특색있는 거리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때 칠곡 왜관 경제 1번지로 불리던 이곳 일대에 새로운 활력과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

• 왜관읍 석전리 석전로 일대(대화전원타운~효마실재가노인주야간보호전문센터)

핑크빛이 일렁이는 매원 분홍소풍길

왜관읍에 위치한 매원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매화낙지형(매화가 떨어지는 모양)이라고 하여 마을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전국 최초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연유 때문인지 외지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칠곡군 명소기도 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마을 입구부터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아름다운 핑크빛 길을 만들며 상춘객들을 설레게 하는데, 이곳에 매원 분홍소풍길이 자리하고 있다. 매원 분홍소풍길은 매원사거리에서 매원마을 입구로 이어지는 동정천 옆 도로를 따라 조성돼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산책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곳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와 함께 소규모 공원도 조성돼 있어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경관조명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 늦은 저녁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매원 분홍소풍길은 지난해 9월 정식으로 개통됐다. 당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달빛소풍’ 행사가 개최되었다. 버스킹 공연과 다문화 체험, 칠곡 로컬푸드 및 수공예품 전시판매는 물론 야간장터 등이 열려 인근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올해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매원마을 벚꽃축제 시기에 발맞춰 매원 분홍소풍길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왜관읍 매원리 매원사거리~매원마을 입구 일원

칠곡투어자전거길, 그 위에서
칠곡의 봄을 만끽해요!
럭키칠곡나는 예태미술관으로
봄나들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