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칠곡

워킹 in 칠곡

역사의 진한 향기 품고
희망을 써 내려가다

칠곡군 기산면

1,000년을 이어온 은행나무의 전설 말하는 은행나무

짧고 아름답기에 더욱 소중한 계절 가을은 저물었지만, 끝과 시작을 동시에 품은 계절 겨울이 왔다. 이 계절이 되면 바깥 활동이 망설여지지만, 의미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칠곡군 기산면이 그러하다. 아름다운 풍경, 역사를 간직한 은행나무, 칠곡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희망을 써 내려가는 기산면은 겨울이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머니에 따스한 핫팩 하나 챙겨 기산면으로 향해 본다.

1,000년을 이어온 은행나무의 전설 말하는 은행나무

가을과 겨울 사이 기산면 각산리에는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말하는 은행나무’라 불리는 칠곡군의 군목이자 보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1018년(현종 9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보호수는 높이 30m, 둘레 7m로 1,000여 년의 세월을 올곧게 살아가고 있다.
이 나무가 ‘말하는 은행나무’로 불리게 된 것은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여인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하자, 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눈물을 훔치고 속마음을 털어 놓으며 마음을 달랬다. 어느 날 여인의 꿈에 이 은행나무가 나타나 친정어머니로 변하더니 “보름달이 뜨는 날 은행나무에 가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꼭 잡아라”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은행나무로 변했다. 여인은 보름달이 뜨길 기다렸다가 꿈속에서 알려준 대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았고 실제로 아이를 가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기도 하다.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알려진 대흥사는 지금도 옛 절터에 주춧돌과 부도가 남아있다. 옛 절터 아랫마을은 대흥사가 한창 번성할 때 절에서 사용하던 놋그릇을 만들었던 곳으로, 퉁지미 마을로 불렸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은행나무는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년 가을이면 거대한 나무 전체가 노랗게 물들며 장관을 이룬다.
말하는 은행나무는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 있는 ‘아홉산숲’에서도 만날 수 있다. 봉우리 아홉 개로 이뤄져 아홉산으로 불리는 이 산에 자리한 숲에는 대나무와 편백나무, 삼나무, 은행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400종이 넘는 나무가 권역별로 조화롭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중 은행나무는1924년 결혼한 문의순(1903~1983) 씨가 처가인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에 신행을 다녀오면서 얻어온 은행 열매로 싹을 틔어 오늘에 이른다. 같은 날 싹이 난 다른 한 그루는 현재 철마면 사무소 마당에 있다.
노랗게 물든 1,000년 은행나무 뒤 비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대숲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맞춰 일렁인다. 마치 설치 미술처럼 4개의 전신 거울이 대숲 앞에 자리한 ‘거울길’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안내 문구가 적힌 것으로 보아 ‘생각하는 대나무 숲’이라 불러도 좋을 거 같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굽지 않는 대나무의 곧은 성정처럼 위풍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은 나를 위한 위로를 건네 본다.

•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

호국 정신 깃든 길을 자박자박 걷다 낙동강역사너울길

호국과 평화를 테마로 한 힐링로드인 ‘낙동강역사너울길’에서 점으로 이어진 우리의 시간에 쉼표 하나 찍어 보자. 기산면 죽전리 제2왜관교와 약목면 오토캠핑장까지 총 4.5km 구간에 조성된 역사너울길에는 탐방로와 강변 데크로드,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기산면에서 출발한다면 왜관교 아래 위치한 강나루체육공원이 제격이다. 낙동강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강나루체육공원은 자연이라는 너른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 온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인기 만점이다. 체육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구장을 비롯해 각종 운동 기구가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건강을 다질 수 있다.
강나루체육공원에서 준비 운동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걸을 시간이다. 나무데크 건너편에는 셔터를 누를 때마다 인생 사진이 탄생하는 포토존이 있어서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 포토존을 시작으로 그 옆으로는 데크로드가 잘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얼마 전까지 푸르렀던 나무는 계절을 고스란히 품으며 앙상하게 변했지만, 존재감마저 빼앗을 수는 없었기에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선 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차곡차곡 걷다보면 어느새 시작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와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 계절이 가고 새봄이 오면 버드나무가 자라고 알록달록한 꽃이 피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도시락을 싸와서 강물과 마주하며 피크닉을 즐겨도 낭만적일 것만 같다.

• 칠곡군 기산면 죽전리 621-1

칠곡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다 기산농공단지

기산면에는 칠곡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기산농공단지가 있다. 1991년 총 사업비 49억 원을 들여 기산면 영리 북동쪽에 문을 연 기산농공단지는 칠곡군 관내 농가의 소득 개발을 촉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 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총 생산액 1,738억 원, 수출액 연간 82억 6,000여만 원 규모이다. 2023년 5월 현재 총 면적 17만 6,000㎡에 20여 개 기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220여 명의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2008년 9월에는 단지를 재정비하여 주변에 현대식 울타리를 설치하고 단지 내 공원에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하여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폐수처리장 주변에 사철나무와 잔디를 심어 친환경 시설을 조성하는 등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 2014년 2월에는 입주 업체 근로자들을 위한 기산농공단지 기업인 회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입주기업의 자치활동과 근로자 복지시설 공간으로 활용돼 기업의 생산력 증대와 기업 활동의 중심지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기산면이 2024년에는 성장의 날개를 달고 훨훨 비상하길 바라며 기산면 걷기의 마침표를 찍어본다.

• 칠곡군 기산면 영리

문화로 잇다 Ⅱ시대를 이어온, 역사를 간직한
칠곡의 소중한 문화재
비전 ON칠곡군 전국 유일 공모사업 전담 부서 신설해
‘역대 최대 규모’ 국비 확보